텅 빈 성 베드로 광장 그리고 세상과 호흡하는 목자
Andrea Tornielli
프란치스코 교황이 홀로 성 베드로 대성전의 계단을 오른 지 5년이 흘렀다. 그날 저녁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광장은 극적으로 텅 비어 있었지만,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교황과 함께하고 있었다. 이들은 텔레비전 화면에 시선을 붙박은 채 긴 봉쇄 조치 속에 갇혀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 바이러스는 사람들을 중환자실로 데려갔고, 가족들은 그들을 볼 수도 작별 인사를 나눌 수도 없었으며, 심지어 장례식조차 치를 수 없었다.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교황)는 그 몸짓과 그 기도로 그리고 산타 마르타의 집 성당에서 매일 미사를 통해 모든 이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교황은 텅 빈 광장에서, 성체 강복을 통해 그리고 십자가상의 발에 입맞추는 단순한 행위를 통해 모든 이를 품어 안았다. 차가운 초봄 비에 젖은 그 십자가는 마치 고통받는 인류와 함께 울고 있는 듯했다.
“저는 사람들과 함께했습니다. 어느 순간에도 저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훗날 교황은 이렇게 회고했다. 홀로 있었으나 혼자가 아니었던 그는 길을 잃어버린 세상을 위해 기도했다. 그것은 그의 교황직을 상징하는 강렬하고도 잊지 못할 장면이었다.
그 자리에서 교황은 하느님께 이렇게 기도했다. “당신께서는 우리에게 이 시련의 시간을 선택의 시간으로 삼으라고 부르고 계십니다. 그러나 이는 당신이 심판하시는 때가 아니라 우리가 심판해야 할 때입니다. 중요한 것과 스쳐 지나가는 것을 선택하는 시간, 정말로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가려내는 시간입니다. 이 시간은 주님과 이웃을 향해 우리 삶의 방향을 바로잡는 때입니다.” 이후 몇 달 동안 교황은 “위기는 우리를 결코 같은 상태로 내버려두지 않는다”며 “우리의 상황은 더 나아지거나 아니면 더 악화될 것”이라고 누누이 강조해 왔다.
5년이 지난 지금,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의 상황이 더 나아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세상은 굶주림과 싸우는 대신 군비 증강에만 골몰하는 전쟁광들의 폭력에 휘둘리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격리 상태에 있지 않다. 이제 상황이 역전됐다. 성 베드로 광장은 희년을 축하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지만,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우리와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로마의 주교(교황)는 심각한 폐렴에서 회복 중이라 성 베드로 광장에 함께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연대는 끊어지지 않았다. 그날 교황의 말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생생하다. 오늘날에도, 특히 오늘은 “중요한 것과 스쳐 지나가는 것을 선택하는 시간”이다.
번역 고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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