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ercizi spirituali di Quaresima per Papa Leone Esercizi spirituali di Quaresima per Papa Leone  (ANSA)

사순시기 연례피정: “현실은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는 부르짖음입니다”

2026년 2월 26일 오늘 오후, 레오 14세 교황과 교황청 장관들을 위해 파올리다 경당에서 거행된 아홉 번째 묵상이 진행되었다. 강론을 맡은 에릭 바르덴 주교는 이상주의자에서 현명한 현실주의자로 변모한 성 베르나르도의 모습에 주목한다. 이는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인해 가능했던 변화이다. 바르덴 주교는 "성 베르나르도가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의 자비가 이룰 수 있는 놀라운 일들을 깨달았다"라고 설명하며, 그와 함께라면 "새롭게 변화된 세상"에 빛을 비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Vatican News

현실주의자 베르나르도
2026년 2월 26일
사순 시기 연례 피정 9번째 묵상

다음은 바르덴 주교 자신이 요약하여 제시한 묵상 내용이다.

***

시토회 운동의 정체성은 이상과 현실, 시적인 것과 실천적인 것이 맞닿는 자리에서 빚어졌습니다. 그 중심 인물들은 그 긴장에서 오는 시련을 겪으며 정화되었습니다.

저는 앞서 성 베르나르도 트락투스의 높은 이상과, 마음속에 하나의 삶의 노선을 정립한 뒤 때로는 다소 단호하게 그것을 따르려 했던 그의 성향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그가 높은 것을 지향한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타협하지 않는 단호한 면모는 평생 그를 떠나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점차 부드럽게 녹아내렸습니다. 이제 우리는 바로 이 변화의 과정에 대해 생각해 보려 합니다. 바로 이 과정이 이상주의자였던 그를 현실주의자로 변화시켰기 때문입니다.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은 “현실이란 우리가 부딪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성 베르나르도가 현실 정치(Realpolitik) 속에서 쏟았던 수많은 노력은 그를 자주 부딪히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의 현실주의자가 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인간사의 가장 깊은 현실이란, 자비를 청하며 울부짖는 외침이라는 사실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고뇌하는 인간의 마음에서, 쓰디쓴 눈물 속에서, 세속적인 갈등과 품위와 진리에 맞서는 어리석은 소동 속에서, 심지어 숲 속 나무들의 속삭임 속에서도 이 부르짖음을 더 깊이 알아차릴수록, 성 베르나르도는 하느님의 영광스럽고 자비로운 응답을 더욱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그는 그 응답을 ‘예수’라는 거룩한 이름 속에서 느꼈고, 그 이름은 그에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해졌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예수님 안에서 당신의 구원 계획을 드러내시며, 인류를 치유하고 정화하는 향기로운 기름처럼 그 사랑을 쏟아부어 주십니다.

성 베르나르도는 동료 수도자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영혼의 모든 양식은 이 기름에 젖어 있지 않으면 메마르며, 이 소금으로 맛을 내지 않으면 싱거운 것입니다. 그대가 글을 쓴다 해도, 그 안에서 ‘예수’를 읽을 수 없다면 내게는 아무런 맛이 없습니다. 그대가 토론하거나 담화를 나누더라도 거기서 ‘예수’의 이름이 울리지 않는다면 내게는 아무런 맛이 없습니다. 예수님은 입안의 꿀이며, 귓가의 즐거운 선율이고, 마음속의 환희입니다.”

성 베르나르도는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의 자비가 어떠한 놀라운 일을 이루실 수 있는지를 배웠습니다. 이 깨달음은 그의 신심에 깊은 정서적 차원을 더해 주었습니다. 그에게 있어 ‘정감’(affectus)이라는 말은 매우 근본적이었습니다. 이 단어는 넓은 의미를 지니는데, 은총이 육신을 가진 존재인 우리를 움직여 우리의 감각이 하느님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성 베르나르도는 진리의 육화이신 예수님을 단순한 대상이 아닌, 세상을 바라보는 ‘해석의 원리’로 여겼습니다. 그는 모든 상황과 사람, 관계를 철저히 예수님의 빛 안에서 읽어 내었습니다. 이러한 시각은 훗날 가톨릭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마르틴 루터에서부터 감리교 운동의 창시자 존 웨슬리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의 깊은 존경을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우리의 본성이 초자연적인 빛을 받을 때에야 비로소 그 완벽하고 아름다운 모습(forma formosa)이 드러날 것입니다. 그때에야 비로소 지상의 삶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이 분명해질 것이며, 우리 안과 주위에 숨겨진 영광이 강렬하게 빛나며 우리가, 그리고 타인이 어떤 존재가 될 수 있는지 가르쳐 줄 것입니다. 또한 그것은 새롭게 변화된 세상을 위한 하나의 모범을 제시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성 베르나르도가 성숙해 가며 도달한 현실주의입니다. 이 깨달음은 그를 단지 위대한 개혁가, 비길 데 없는 설교자, 교회의 지도자로 만드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절대적인 현실이며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됨으로써, 성 베르나르도는 교회 학자가 되었고 성인이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를 사랑하고 공경합니다.

성인의 전기인 ‘제1전기(Vita Prima)’는 이렇게 전합니다. “그는 자기 자신과 더불어 자유로웠다.” 이것이 바로 삶이 그에게 가르쳐 준 것입니다. 참으로 자유로운 한 사람의 모습은 진실로 영광스러운 현실입니다.


번역 박수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고, 임의 편집/변형하지 마십시오)

27 2월 2026, 2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