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무기 제조업체들이 마음을 돌릴 수 있게 기도합시다. 그들이 만든 것이 사람을 죽이고 있습니다”
Salvatore Cernuzio
프란치스코 교황이 1월 15일 바오로 6세 홀에서 열린 수요 일반알현 말미에, 그동안 끊임없이 외쳐온 “평화를 위해 계속 기도하자”라는 호소와 “전쟁은 언제나 패배만 남길 뿐”이라는 변함없는 메시지에 새로운 요청을 더했다. 바로 번창하는 무기시장의 ‘큰손들’의 회심을 위한 기도였다. 새로운 전쟁들이 터져 나온 최근 몇 년간 무기시장의 매출은 3배나 증가해 2조5000억 달러에 이르렀다. 윤리적 금융을 추구하는 국제 연합체인 글로벌 얼라이언스 포 뱅킹 온 밸류스(GABV)가 1년 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년 동안 전 세계 금융기관들이 무기 생산과 거래를 지원하는 데 약 1조 달러(9590억 달러)를 사용했다.
“무기 제조업체들이 마음을 돌릴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그들이 만든 것이 살인을 돕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쟁은 언제나 패배만 남깁니다”
이는 규탄성 호소였다. 교황은 그동안 줄곧 무기 제조를 강하게 비판해 왔다. 이와 관련해 교황은 해당 분야 전문가들과 나눈 대화를 인용하며 “1년만 무기를 만들지 않아도 세계의 기아는 종식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특히 지난 2023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 교황 메시지부터 2025년 정기 희년 선포 칙서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Spes non confundit)에 이르기까지, 교황은 군비 지출의 일정 비율로 세계기금을 조성해 궁극적으로는 기아를 종식시키는 한편, 전지구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촉진하자는 제안을 계속해 왔다. 교황은 이번 희년에 이 소망이 실현되고 모든 전쟁이 종식되길 희망한다. 이날 일반알현에서도 이 평화에 대한 희망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폭력으로 신음하는 지역들을 언급했다.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미얀마,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전쟁 중인 수많은 나라들을 잊지 맙시다. 평화를 위해 기도합시다. 전쟁은 언제나 패배만 남깁니다.”
미얀마 산사태 희생자
이미 폭력과 소요사태에 놓인 미얀마를 강타한 비극에 대해서도 교황은 절절히 호소했다. 지난 1월 12일 밤, 카친주 흐파칸트 지역에서 벌어진 산사태가 여러 가옥을 덮쳤다. 산사태는 옥 채굴장의 진흙 저수지가 무너지면서 발생했다. 첫 보도에 따르면 수십 채의 집이 매몰됐고 많은 주민이 실종됐다. 교황은 “이번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과 함께한다”며 “목숨을 잃은 이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말했다.
“시련을 겪고 있는 우리 형제자매들에게 국제사회의 지원과 연대가 끊이지 않길 바랍니다.”
뜻밖의 해프닝과 서커스 공연
세계의 위기에 대한 교황의 호소는 즐거운 해프닝으로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두 어린이가 어머니들의 제지를 뿌리치고 단상을 향해 달려온 것이다. 교황은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에게 사탕을 건네고 어머니들을 안심시켰다. “아이들이 바로 주인공이죠!”
지난 수요 일반알현처럼 바오로 6세 홀에서 또 한 번의 서커스 공연이 펼쳐졌다. 이번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이탈리아의 ‘로니 롤러 서커스단’이 공연했는데, 이들은 이전에도 프란치스코 교황 앞에서 이미 기예를 선보인 바 있다. 지난 2023년 교황은 로마의 소외된 이웃 2000명을 위해 로니 롤러 서커스단의 특별 공연을 마련했다. 우크라이나, 시리아, 콩고, 수단 출신의 난민 가정과 노숙자, 재소자, 로마 곳곳의 빈 건물에서 생활하는 가정들, 토르바야니카 거리의 주민들과 여러 쉼터 거주자들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했다. 이날도 교황은 저글링과 곡예, 귀여운 개가 펼치는 공연을 즐겁게 관람한 뒤,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려는 서커스단의 노력에 깊은 감사를 전했다.
“서커스는 인간미 넘치는 예술이자, 많은 노력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번역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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