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노동 착취, 더 이상 침묵 말아야... 우리도 모르게 공범이 됩니다”
하느님 아버지께 가장 사랑받은 이들 (2)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교리 교육에서 우리는 어린이들, 특히 아동 노동의 폐해에 대해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오늘도 같은 주제로 이어가고자 합니다. 지난주에는 예수님께서 당신의 공생활 동안 어린아이들을 보호하고 사랑으로 품어안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신 점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수억 명의 아이들이 성인의 의무와 책임을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노동 현장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이들 중 상당수가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작업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성매매와 음란물 제작을 위한 인신매매, 강제조혼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아이들의 참상은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렵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이들은 수없이 많은 방식으로 학대받고 짓밟히고 있습니다. 미성년자 학대는 그 형태와 상관없이 비열하고 잔혹한 범죄입니다! 이는 단순한 사회적 문제가 아닌, 하느님의 계명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중대한 죄악입니다. 아동 학대는 단 한 건도 용납될 수 없습니다. 이제는 우리의 양심을 일깨워야 합니다. 학대받은 아이와 청소년들 곁에서 그들을 보듬고 구체적인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합니다. 동시에 이들에게 따뜻한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평화롭게 자랄 수 있는 희망을 심어주고자 헌신하는 이들과 신뢰를 쌓고 협력해 나가야 합니다. 제가 아는 남미의 한 나라에서는 ‘아란다노’라는 특별한 열매가 자랍니다. 블루베리와 비슷한 과일인데, 수확할 때 섬세한 손길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동원합니다. 어린이들을 노예처럼 부려 수확하게 하는 것입니다.
만연한 빈곤과 가정을 지원하는 사회 제도의 결핍, 최근 몇 년간 심화된 사회적 단절은 실업과 고용 불안정과 맞물려 그 고통이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가되고 있습니다. 특히 대도시에서는 사회적 격차와 도덕적 타락이 “뿌리를 파고들면서”, 마약 거래와 온갖 불법 행위에 아이들이 동원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희생양이 되어 스러져가는 아이들을 우리는 수없이 목격합니다! 때로는 이들이 비극적으로 또래들의 “가해자”가 되기도 하며, 자신들의 존엄성과 인간성마저 해치곤 합니다. 하지만 본당 주변이나 길거리에서 이렇게 길 잃은 생명들이 우리 눈앞에 있어도, 우리는 눈을 돌리고 외면하기 일쑤입니다.
제 조국 아르헨티나에서도 한 가지 사례가 있습니다. 로안이라는 소년이 납치된 뒤 지금까지 행방불명입니다. 장기 매매를 위해 데려갔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수술 자국을 안고 돌아오기도 하지만, 어떤 이들은 목숨을 잃습니다. 그래서 오늘 저는 로안이라는 소년을 특별히 기억하고 싶습니다.
같은 동네, 같은 아파트에 사는 두 아이가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되는 사회적 불의를 마주하는 일은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꿈을 꿀 수 있는 아이와 삶에 굴복해야 하는 아이 사이의 인간적, 사회적 단절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우리 모두가 자유롭고 행복하기를 바라십니다. 모든 남녀를 당신의 아들딸로 사랑하시듯, 특별히 어린아이들을 한없는 자비로 품어 안으십니다. 우리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의 고통에, 교육받지 못한 이들의 아픔에 귀 기울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되새겨야 합니다. 특히 아동 착취 문제에 맞서는 것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밝히는 근본적인 과제입니다. 일부 국가들은 이미 아동의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는 현명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마땅한 권리가 있습니다. 아동의 권리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여러분도 직접 인터넷에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스스로에게 물어봅시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먼저, 아동 노동을 근절하려면, 우리 스스로가 이에 동참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언제 우리가 이런 해악에 동참하게 되는 것일까요? 아동 노동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구매할 때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먹는 음식과 입는 옷이 학교도 가지 못한 채 노동을 강요받는 아이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소비한다면, 이는 우리의 양심을 저버리는 일입니다. 우리가 구매하는 제품의 생산과정을 살피는 것이 바로 이러한 해악에 동참하지 않는 첫걸음입니다. 혹자는 개인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한 방울의 물이 모여 바다를 이루듯, 우리 각자의 작은 노력이 모이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교회 관련 기관들과 기업들도 이제는 책임 있는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아동 노동을 금지하고 이를 엄격히 준수하는 기업에 투자를 늘림으로써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많은 국가와 국제기구들이 이미 아동 노동 근절을 위한 법과 지침을 마련했지만,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이 자리의 기자 여러분께도 당부드립니다. 여러분은 이 문제를 세상에 알리고 해결책을 찾는 데 큰 역할을 하실 수 있습니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아동 노동 착취 문제를 묵인하지 마시고, 고발해 주십시오.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야만 하는 아이들을 외면하지 않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늘 기억합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주님의 포도밭에서 기쁘게 일한 콜카타의 성녀 테레사는 가장 소외되고 잊힌 아이들의 어머니였습니다. 성녀의 온유한 사랑의 눈길과 정성 어린 보살핌이 우리를 이끌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이들을 볼 수 있게 하고, 이 세상의 수많은 노예가 된 아이들을 도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이러한 불의를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됩니다. 가장 약한 이들의 행복이 모든 이의 평화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마더 테레사와 함께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봅시다.
“안전하게 뛰놀 수 있는 곳을 청해요. 사랑할 줄 아는 어른의 미소를 청해요. 아이로 살아갈 권리를 청해요. 더 나은 세상을 향한 희망이 되게 해 주세요. 한 사람으로 자랄 수 있게 해 주세요. 도와주실래요?” (콜카타의 성녀 테레사)
번역 김호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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