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입은 이 땅의 희망이 하느님 안에 있습니다. 희년은 다시 시작하자는 초대입니다”
Edoardo Giribaldi
“다시 시작합시다!” 이 권고가 바오로 6세 홀에서 여러 번 울려 퍼졌다. 미소 짓는 교황의 격려에 힘입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한목소리로 화답했다. 이 권고는 1월 11일부터 시작된 토요 희년알현(udienza giubilare) 교리 교육의 핵심이 됐다. 희년알현은 수요 일반알현과 같은 형식으로 진행된다. 희망이라는 주제로 이뤄지는 희년알현은 “새로운 시작”을 찾아 로마를 방문하는 순례자들을 영적으로 포용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전망이다.
“희년은 실로 새로운 시작이며, 모든 이가 하느님 안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은총의 때입니다. 우리는 희년과 더불어 새로운 삶,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게 됩니다.”
“희망의 예언자”, 세례자 요한
교황은 희망의 어원을 분석하며 그 신학적 본질을 설명했다. “희망은 향주삼덕(virtù teologale) 가운데 하나입니다. 라틴어 ‘비르투스’(virtus)는 ‘힘’을 뜻하는데, 희망은 바로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힘입니다. 희망은 단순한 습관이나 사람에게 타고난 성격이 아닙니다. 희망은 청해야 할 은총의 힘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순례자가 되는 이유입니다.” 교황은 1월 12일 교회가 기념하는 ‘주님 세례 축일’을 앞두고 “희망의 위대한 예언자” 세례자 요한에 대한 묵상으로 초대했다. 교황은 복음서에서 예수님께서 세례자 요한을 가리켜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가장 큰 인물”(루카 7,28 참조)이라는 “놀라운” 말씀을 남기셨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러한 요한의 명성이 오늘날까지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세례자 요한을 찾아갔던 것은 그의 “진정성 있는 인품”과 “새로운 시작”을 향한 갈망 때문이었다며, “세례자 요한이 사람들에게 요르단강을 건너라고 권고했던 것처럼, 오늘날 순례자들도 성문을 지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바로 이것입니다. 다시 시작하는 것, 처음처럼 새롭게 땅을 받아들인다는 뜻입니다.”
“이를 마음에 새깁시다!” 교황은 이렇게 권고하며 “잘 안 들리는데요, 제가 좀 귀가 어둡네요”라고 농담했다. 이어 신자들에게 “다시 시작합시다!”를 반복하도록 했다.
희망의 “질적 도약”
교황은 세례자 요한에 대한 “찬사”에 이어 예수님께서 덧붙이신 말씀에 주목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없다. 그러나 하느님의 나라에서는 가장 작은 이라도 그보다 더 크다.” 교황은 희망은 “바로 이러한 질적 도약에 온전히 달려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아니라 하느님의 나라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놀라운 진리가 있습니다. 하느님의 나라를 받아들일 때 우리는 새로운 차원의 위대한 질서로 들어서게 됩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교황은 다시 되물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바오로 6세 홀에 모인 희년 순례자들은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라고 응답했다.
“다시 시작하려는 갈망이 있는가?”
교황은 세례자 요한이 의문으로 가득한 채 감옥에 갇혀 힘겨운 시기를 겪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는 의심에 직면한 신앙의 한 사례다. 교황은 우리도 순례 여정에서 많은 의문을 품게 된다고 말했다. “하느님의 나라에 저항하는 ‘헤로데’가 지금도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주십니다. 그것은 바로 복음의 놀라운 법칙인 참행복의 길입니다.”
“이제 우리 자신에게 물어봅시다. 다시 시작하고자 하는 갈망이 정말로 내 안에 있는가? 여러분 모두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세요. 정말로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가? 진정 큰 인물이 누구인지 예수님에게서 배우고 싶나요? 하느님 나라에서는 가장 작은 이가 가장 크고 위대합니다.”
작아집시다
교황은 세례자 요한을 기억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가도록 초대했다. “무분별한 개발로 깊은 상처를 입은 우리 공동의 집 지구와 인류를 위한 희망은 하느님의 특별하신 섭리 안에 있습니다. 그분의 위대하심은 세상의 기준과는 다릅니다.”
“예수님을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특별하신 사랑으로 새롭게 시작하도록 합시다. 이제 우리는 서로를 섬기고, 형제자매처럼 사랑하며,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초대받았습니다. 또한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그들의 목소리가 되어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꿈꾸는 새로운 시작이며, 우리의 희년이 지향하는 모습입니다!”
끝으로 교황은 다시 한번 이날 교리 교육 전체를 이끌어온 기쁨 넘치는 주제를 반복하도록 했다. “다시 시작합시다!”
“평화를 위해 기도합시다”
알현 말미에 교황은 이탈리아어권 신자들에게 인사를 전하며 세계 각지의 분쟁 종식을 위해 기도하자고 다시금 호소했다. “전쟁은 항상 패배만 남긴다는 사실을 잊지 맙시다!” 교황은 수요 일반알현을 비롯해 기회가 될 때마다 제기했던 간절한 호소를 이번에도 강조했다. “전쟁 중인 나라들을 위해, 평화가 찾아오도록 기도합시다.”
번역 박수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고, 임의 편집/변형하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