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학교폭력, 전쟁의 씨앗... 평화의 토대를 다집시다”
Salvatore Cernuzio
“학교폭력은 절대 안 됩니다. 알겠죠?” 프란치스코 교황이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교황은 1월 4일 바오로 6세 홀에서 약 2000명의 학생, 교사, 교육자들을 만나 이 말을 여섯 차례나 반복하도록 했다. 학교 현장의 최악의 일탈 중 하나인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마음 깊이 새기도록 하기 위해서다. 교황은 과거에도 학교폭력이 “생명을 파괴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날도 학교폭력은 평화가 아닌 “전쟁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학교는 “더욱 정의롭고 형제애 넘치는”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한 평화의 토대를 다지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메시지는 이탈리아 가톨릭 교사 협회(AIMC), 이탈리아 가톨릭 교사·교장·교육자·양성자 연합회(UCIIM), 가톨릭 학교 학부모 협회(AGeSC)의 설립 기념식에 참석한 회원들에게 전달됐다.
교육받지 못하고 착취당하는 아이들
교황은 이 광범위한 이탈리아의 교육 네트워크에 학교의 소명과 사명을 상기시키며, 특히 “환경, 사회, 경제적” 도전과 “평화라는 큰 과제”에 직면한 현재의 상황을 지적했다. 교황은 지난 1월 2일 2025년 1월 교황 기도지향 영상 메시지에서 “교육의 재앙”이라고 표현했던 수백만 명의 미성년자들이 교육을 받지 못하는 현실도 거론했다.
“교육받지 못하고 일하러 가는 아이들, 착취당하는 아이들, 쓰레기장에서 먹을 것이나 팔 물건들을 찾아다니는 아이들을 볼 때면 제 마음이 아픕니다. 얼마나 가혹한 현실인지 모릅니다. 이런 아이들이 지금도 있습니다!”
책임을 지는 문화
교황은 “우리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전달하는 소명을 받았다”고 격려했다. 이어 “세대 간 소통과 포용을 바탕으로 참된 것과 좋은 것과 아름다운 것을 식별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환경 위기, 사회 문제, 경제적 어려움 그리고 평화라는 큰 과제 등 전 지구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공동체 모두가 책임의식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화를 상상해 보세요”
교황은 참석자들에게, 학교에서 “평화를 상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모든 교과 과정, 아이들과 청소년들의 창의성을 통해 더욱 정의롭고 형제애 넘치는 세상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이어 연설 원고를 잠시 내려놓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서로 싸우고,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괴롭힌다면, 이는 평화가 아니라 전쟁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학교폭력은 절대 안 됩니다. 알겠죠?” 교황이 이렇게 묻자 학생들은 입을 모아 “네!”라고 대답했다. 교황은 다시 한번 말했다. “학교폭력, 절대 안 됩니다! 모두 함께 약속합시다! 함께 외쳐봅시다! 학교폭력, 절대 안 됩니다!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아갑시다. 이를 위해 함께 노력합시다.”
모든 이의 존엄성을 인정하는 교육
교황은 “본질적인 것을 소중히 여기고, 겸손과 내어줌의 정신, 환대를 중심에 두는 교육 방식”을 강조했다. 아울러 “사람과 거리를 두거나 사람을 가까이하지 않는 교육법은 쓸모없으며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특히 소외되고 변방에 있는 이들부터 시작해”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유년기를 포함한 삶의 모든 단계가 지닌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교육 방식을 제시했다.
가정의 중심 역할
교황은 이러한 의미에서 가정이 “중심적이고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준비된 원고를 잠시 내려놓고 “가정이 중심”이라며 “이를 잊지 말라”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교황은 어떤 사람의 일화를 들려줬다. 그 사람은 어느 주일 점심 시간에 식당에서 옆 테이블의 한 가족을 보았는데,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 모두가 서로 대화도 없이 휴대전화만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사람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다가가서 말을 걸었답니다. ‘여러분은 가족인데 왜 서로 대화하지 않고 그렇게만 하시나요? 참 이상한 일이네요...’ 그 말을 들은 가족들은 그를 시골사람으로 취급하면서 계속 휴대전화만 들여다보았다고 합니다... 제발 가정에서는 대화를 나누십시오! 가정은 곧 대화입니다. 우리를 성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대화입니다.”
희망을 품은 좋은 교사
교황의 시선은 “교육계와 학교 현장에 많은 시사점을 주는” 희년으로 향했다. “희망의 순례자들”이라는 2025년 희년의 주제는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는 모든 이와 이 여정에서 어린이들이 올바른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돕는 이들”을 가리킨다고 교황은 설명했다. 아울러 좋은 교사는 “희망을 품은 사람”이라며 “신뢰와 인내로 인간 성장 프로젝트에 헌신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희망은 단순한 낙관론이 아닙니다. 현실에 뿌리를 내린 희망이며, 모든 교육적 노력이 가치 있다는 확신과 모든 인간이 소중히 가꿔야 할 존엄성과 소명을 지니고 있다는 믿음에 바탕을 둔 희망입니다.”
학교는 학생들을 담아두는 “빈 그릇”이 아닙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학교의 사명은 참으로 근본적이다. 학교는 단순히 학생들을 담아두는 “빈 그릇”이 아니다. 학교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와 교직원, 관리자 모두가 함께 걸어가며 성장하는 살아있는 터전이다. 그것은 이날 교황을 만난 협회들이 설립 초기부터 간직했던 근본적인 깨달음이기도 했다. “오직 함께 연대하고 동행할 때만이 본질적으로 공동체 그 자체인 학교를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모든 이의 기여가 필요합니다.”
“여러분의 설립자들은 인간 개개인의 가치와 민주시민의식을 모든 이의 공동선을 위해 증언하고 강화해야 했던 시대를 살아냈습니다. 교육의 자유라는 가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교황은 이렇게 떠올리며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여러분의 뿌리를 절대 잊지 마세요. 지난날의 좋은 시절을 그리워하며 뒤돌아보면서 걷지는 마세요! 대신 여러분은 지금 이 순간의 학교를 생각하세요. 학교의 현재야말로 우리 사회의 미래이며, 지금 우리는 시대적 변화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협회 간 협약”
교황은 “학교에서 첫발을 내딛는 젊은 교사들과 교육적 사명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가정들을 생각해 보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학교에서 그리고 학교를 위해 교회의 모습을 더 잘 증거하기 위한 협회 간의 협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황은 “결코 실망시키지 않고” “절대 멈추지 않는” 희망을 강조하면서 “신뢰하며 앞으로 나아가라”고 격려했다. 이어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무엇을 잊지 말라고 했지요...? 학교폭력은 절대로 안 됩니다!”
번역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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