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유아세례 집전 “신앙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이 가정의 참된 기쁨”
Edoardo Giribaldi
아기들의 울음소리와 옹알거림, 칭얼거림이 울려 퍼진다.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예술혼이 담긴 벽화와 예술작품들 사이로, 세례를 통해 새로 태어날 생명들의 첫 소리가 메아리쳤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월 12일 주님 세례 축일, 시스티나 성당에서 바티칸 소속 직원들의 자녀 21명에게 세례성사를 집전했다. 매년 되풀이되는 이 의미심장한 만남이 시스티나 성당의 경이로운 배경 속에서 다시 펼쳐졌다.
“신앙이라는 가장 큰 선물”
교황은 예식에 앞서 “무엇보다 아이들이 편안해야 한다”며 자상한 당부의 말을 전했다. 아울러 소피아, 비토리아, 탄크레디 티토, 에드윈 가브리엘레 등 21명의 아기들을 향해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이 아이들”이라며 “우리는 성사와 기도를 통해 그들을 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또 어머니들에게 아기들이 배고파하면 수유하고, 덥다고 하면 옷을 갈아입힐 수 있다고 안내했다.
“오늘 부모 여러분과 교회는 이 아이들에게 가장 큰 선물인 신앙을 전하고 있습니다.”
아기들의 이마에 십자성호
부모들은 감격에 떨리는 손으로 자녀들의 이마에 십자성호를 받기 위해 교황에게 다가갔다. 발버둥을 치는 아이도 있었고, 조용히 있는 아이도 있었다. 교황은 모든 아이를 미소로 맞이했으며, 형제자매가 있는 경우에는 그들이 직접 세례 받을 동생의 이마에 십자성호를 그을 수 있도록 했다. 본격적인 예식이 시작되자 시스티나 성당 성가대의 노래가 자장가처럼 울려 퍼졌고, 몇몇 아기들은 평화로운 잠에 빠져들었다. 말씀 전례 동안에는 아기들의 울음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교황은 “아기들이 지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전 예식들처럼 이날도 강론을 간단히 했다. 이어 “이 아이들이 신앙 안에서 자라나 가정의 기쁨 속에서 참된 인성을 키워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촛불을 켜세요”
교황청 애덕봉사부(교황자선소) 장관 콘라드 크라예프스키 추기경과 바티칸 시국 행정부 행정원장 페르난도 베르헤스 알사가 추기경이 공동 집전한 이날 미사에서는 예비신자 성유로 아기들의 가슴에 십자표를 그었다. 이어 교황은 부모와 대부모가 지켜보는 가운데 아기들의 머리에 성수를 부어 그리스도교 입문성사를 집전했다. 축성 성유 도유 예식도 이어졌다.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유아세례를 받은 아기의 머리에 성유를 바르며 다정하게 어루만졌고, 베르헤스 알사가 추기경은 흰 옷을 건넸다. 이후 아기의 아버지들은 부활초에서 불을 댕겨 아기의 촛불을 켰다.
“이 촛불을 여러분의 가정에 항상 간직하여 오늘 받은 은총의 의미를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어려움이나 시련이 닥칠 때마다 이 촛불을 켜고 주님께 여러분의 가정을 위한 은총을 청하십시오.”
이어 “열려라”를 뜻하는 “에파타” 예식이 거행됐다. 이는 예수님께서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고쳐주신 마르코 복음 사화를 재현하는 것이다. 두 추기경은 엄지손가락을 아기들의 귀와 입술에 대며 “에파타”라고 말했다. 미사 말미에 교황은 아기들의 가족들과 환담을 나누고 각 가정에 선물을 전달했다. 바티칸 소속 직원 자녀 세례식은 1981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도입한 전통이다. 처음 두 해 동안은 바티칸 파올리나 성당에서 거행했으나, 1983년부터는 시스티나 성당으로 장소를 옮겨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번역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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