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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주님 공현 대축일 미사 “두려움과 배척의 빗장을 풀어주십시오. 행복으로 가는 길은 사랑뿐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월 6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주님 공현 대축일 미사를 거행하고 하느님께서 모든 인종과 언어를 초월해 세상의 모든 이를 만나기 위해 오셨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소외와 차별의 벽을 허물고, 사람을 내다버리는 온갖 행태를 몰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미사에서는 관례에 따라 올해 주님 부활 대축일 날짜가 4월 20일임을 공표하고 이와 관련된 전례력의 주요 축일도 발표했다.

Tiziana Campisi 

구유에 놓인 세 명의 동방박사는 “모든 연령과 인종을 아우르는 특징”을 드러내며 “지상의 다양한 민족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하느님께서 언제나 모든 이를 찾으신다”는 진리를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에 대해 깊이 묵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발달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갖추고도 오히려 사람들과 민족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만나는 일에 점점 더 무관심해지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더욱 그러하다고 덧붙였다. 1월 6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거행된 주님 공현 대축일 미사에서 교황은 이 같은 요지로 강론하며 온 인류 가족으로 시선을 넓혔다. 5000여 명의 신자들이 참례하고 268명의 사제들이 공동으로 집전한 이날 미사에서는 주요 전례 일정도 발표됐다. 올해 주님 부활 대축일은 4월 20일이며, 사순시기는 3월 5일(재의 수요일)에 시작된다. 주님 승천 대축일은 5월 29일, 성령 강림 대축일은 6월 8일, 대림 제1주일은 11월 30일이다.

갖가지 형태의 소외를 몰아냅시다

보편적인 형제애를 강조한 교황은 모든 이가 평등하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차별을 없애며 두려움 없이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느님께서 모든 이를 위해 오셨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아드님께서는 이 땅의 모든 이들을 만나시고자 세상에 오셨습니다. 민족과 언어와 인종의 벽을 넘어 한 사람 한 사람을 찾아오신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그분께서는 같은 보편적 사명을 우리에게 맡기십니다. 우리를 부르시어 소외와 차별의 벽을 허물고, 사람을 내다버리는 온갖 행태를 몰아내어 우리 삶의 자리마다 참된 환대의 문화를 꽃피우라 하십니다. 두려움과 배척의 자물쇠로 걸어 잠근 문을 활짝 열고, 서로 만나 하나 되어 나누는 열린 공간을 만들라 하십니다. 그리하여 모든 이가 따스한 위로와 평안한 쉼을 얻을 수 있는 안전한 안식처를 마련하길 바라십니다.”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미사를 집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미사를 집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사랑의 빛

교황의 강론은 동방박사들이 “새로운 빛”을 따라 떠난 여정에서 시작됐다. 마태오 복음사가가 전하는 그 별과 관련해 교황은 세 가지 특징에 주목했다. 곧, “빛난다는 것”, “모든 이에게 보인다는 것”, “길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교황은 먼저 “자신을 태우고 소진하면서 빛을 비추고 온기를 전하는” 이 별이 우리에게 깊은 깨달음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이에게 구원과 행복의 길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빛”이 바로 “사랑의 빛”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사람이 되시어 “당신 생명을 바치시며 우리에게 당신을 내어주신 하느님의 사랑”인 동시에 우리가 “서로를 위해 자기 자신을 내어주도록 부름받은” 그 사랑이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우리가 “인생의 어두운 밤에도 서로에게 희망의 표지”가 될 수 있다고 격려했다. 교황은 바로 이 지점을 깊이 묵상하라고 권고했다. “우리는 희망 안에서 빛나고 있는가? 우리 신앙의 빛으로 다른 이들에게 희망을 전할 수 있는가?” 교황은 “예수님 시대의 많은 통치자들이 자신들의 중요성과 권세, 명성을 내세우며 ‘별’이라 자처”했지만 실제로 그들의 “인위적이고 차가운 광채는 권력 다툼과 셈법의 결과물”일 뿐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광채는 동방박사들처럼 진리를 찾아나선 이들의 “새로움과 희망에 대한 갈망”을 채워주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별이 그 빛으로 동방박사들을 베들레헴으로 인도했듯이, 우리도 우리의 사랑으로 우리가 만나는 이들을 예수님께로 이끌 수 있습니다.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아드님 안에서 그들이 하느님 아버지의 아름다운 얼굴과 그분의 사랑법을 알게 할 수 있습니다. 그분의 사랑은 친밀함, 연민, 온유한 사랑입니다. 우리는 이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늘 우리 가까이 계시고, 우리를 가엾이 여기시며 사랑하십니다. 친밀함, 연민, 온유한 사랑이 바로 하느님 사랑의 본질입니다. 우리는 특별한 도구나 복잡한 수단 없이도 이를 실천할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의 마음을 신앙으로 밝게 비추고, 환대하는 눈길로 타인을 너그럽게 바라보며, 우리의 말과 행동에 형제애와 인간미를 가득 담으면 됩니다.”

교황은 “서로가 서로에게 그리스도와의 만남으로 이끄는 빛”이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어떤 이가 다른 이들에게 빛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성 베드로 대성전 제대 곁에 모신 아기 예수상
성 베드로 대성전 제대 곁에 모신 아기 예수상

하느님께서는 아무도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동방박사들이 “하늘에서 빛나는 것을 본” 그 별은 “모든 이에게 보이는” 별이었다. 하지만 교황은 헤로데와 울법학자들이 이를 알아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 별은 늘 거기에 있습니다. 희망의 표지를 찾아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볼 수 있습니다.” 교황은 “그 별이 하늘에 떠 있는 이유는 멀리서 손닿지 않는 곳에 머물러 있기 위함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모든 이가 그 별을 보고, 그 빛이 모든 집 안을 비추며, 모든 장벽을 뛰어넘어 이 땅의 가장 멀고 외딴 곳, 잊힌 곳까지 희망을 전하기 위함입니다. 별은 하늘 높이 떠서 그 풍성한 빛으로 모든 이에게 일러줍니다. 하느님께서는 단 한 사람도 외면하지 않으시며, 단 한 영혼도 잊지 않으신다고 말입니다.”

“하느님께서는 특정 집단이나 소수의 특권층에게만 당신을 드러내지 않으십니다. 진실한 마음으로 당신을 찾는 모든 이를 동행하시고 이끌어주십니다. 더욱이 우리가 청하기도 전에 먼저 우리를 찾아오시어 우리의 요청을 앞서 가시기도 합니다.”

교황은 하느님을 한 아버지로 표현하며, 세상 곳곳의 자녀들이 하나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는 것이 그분의 가장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특히 “다리를 놓고, 길을 닦으며, 길 잃은 이들을 찾아 나서고, 걷기 힘든 이들을 어깨에 짊어지고 가는” 자녀들의 모습을 크게 기뻐하신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느님의 꿈은 온 인류가 서로의 다름을 풍요로움으로 받아들여 한 가족을 이루고 번영과 평화 속에서 일치를 이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랑이 아닌 모든 것을 마음에서 몰아냅시다

끝으로 교황은 동방박사를 인도한 별이 우리의 내적 여정도 이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말을 인용하며 “사랑이 아닌 모든 것을 우리 마음에서 몰아내어 그리스도를 온전히 만나고, 그분에 대한 우리의 신앙을 고백하며, 그분의 자비를 충만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교황은 각자의 영적 여정에서 하느님께서 우리를 “당신을 가리키는 빛”으로 삼아주시길 기도했다. “저희가 자신을 너그럽게 내어주고, 환대하는 마음으로 열려 있으며, 함께 걸어가는 데 겸손하게 하소서. 저희가 주님을 만나고, 알아뵙고 경배하며, 주님으로부터 새로워져 세상에 당신 사랑의 빛을 전하는 이들이 되게 하소서.”

번역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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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1월 2025, 2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