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고달프고 힘겨울수록 하느님께서는 희망으로 채워주십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복음(요한 2,1-11)은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보여주신 첫 번째 표징, 곧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신 기적을 들려줍니다. 예수님의 사명 전체를 미리 보여주고 요약하는 이야기입니다. 예언자들은 메시아가 오실 때 주님께서 “잘 거른 술로 잔치를 베푸실 것”(이사 25,6 참조)이며 “모든 언덕에서 새 포도주가 흘러넘칠 것”(아모 9,13 참조)이라고 예언했습니다. 예수님은 바로 그 “새 포도주”를 가져오시는 신랑이십니다.
이 복음 말씀은 우리에게 깊은 깨달음 두 가지를 전해줍니다. 바로 ‘모자람’과 ‘넘치는 은총’입니다. 한편으로는 잔치 중에 포도주가 떨어지자 예수님의 어머니께서 당신 아드님에게 “포도주가 없구나”(3절) 하고 말씀하십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예수님께서 여섯 개의 물독에 물을 가득 채우게 하시자, 은총이 넘쳐흘러 맛좋은 포도주로 변하여 과방장이 신랑에게 마지막까지 좋은 포도주를 남겨둔 이유를 물을 정도였습니다(10절 참조). 이는 우리 인간이 물리적으로나 영적으로나 늘 모자라고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는 한편,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넘치도록 주시는” 분이심을 드러냅니다. 카나에서 보여주신 그 넘치는 은총이 바로 이 진리를 보여줍니다(베네딕토 16세 교황, 『나자렛 예수 제1권』, 294쪽). 인간의 ‘빈 그릇’에 하느님께서 어떻게 응답하시는지요? 바로 ‘충만함’(로마 5,20 참조)으로, 넘치는 은총으로 응답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결코 인색하지 않으십니다! 베푸실 때는 한없이 베푸십니다. 조금씩 나누어 주시는 것이 아니라, 넘치도록 부어주십니다. 우리의 텅 빈 마음에 주님께서는 당신의 충만한 사랑을 가득 채워주십니다.
우리는 삶이라는 잔치상에서도 때로는 포도주가 바닥나고, 힘이 빠지며, 많은 것들이 부족해짐을 느끼곤 합니다. 우리를 짓누르는 근심과 엄습해오는 두려움, 혹은 악의 거센 힘이 삶의 참맛과 기쁨의 향기, 희망의 감미로움을 앗아가 버릴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우리의 이런 영적 궁핍 앞에서도 오히려 더 넘치는 은총을 부어주십니다. 신비스럽게도 우리 안의 빈자리가 클수록 주님의 넘치는 은총은 더욱 풍성해집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잔치를, 영원한 잔치를 벌이고 싶어 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제 동정 성모님께 기도합시다. “새 포도주의 여인”(A. 벨로, 『마리아: 우리 시대의 여인』)이신 성모님, 이 은혜로운 희년의 때에 저희를 위해 전구해 주소서. 성모님, 저희가 예수님을 만나는 참된 기쁨을 새롭게 깨닫고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번역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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